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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부터 인셀 논란까지, < 좋구만카테고리 없음 2020. 2. 5.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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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영화, <조커>.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금사자상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히어로 영화의 불모지라는 일본조차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까지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제를 모을수록 <조커>에 대한 각종 논쟁과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끼리 의견이 갈린 영화 속 내용과 작품 외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점을 정리해 봤습니다.아래의 내용은 '조커'의 결말을 포함한 구체적인 스포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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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는 관객들을 위한 설명으로는 <조커>의 마지막 장면은 정신병원에서 아서(호아킨 피닉스)가 상담사(에이프릴 그레이스)와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갑자기 아서가 히죽히죽 웃자 상담사는 왜 웃느냐고 묻습니다. 아서가 재미있는 농담을 떠올렸다고 하자, 상담사는 어떤 농담을 하는지 묻습니다. 그러자 아서는 "확인할 수 없어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복도에 피묻은 발자국을 남기는 아서가 종반에 누군가에게 쫓기면서 끝.
<조커>가 장면 배치를 약간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의한 선형 구조로 진행되었던 것이 근거. 만약 조커가 의도적으로 플래시백이나 아서가 꾸는 꿈 등을 자주 삽입했다면 결말에 대한 논쟁이 더 뜨거웠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셉션>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조커>는 '망상이다'는 암시를 보이는 장면도 적고, 무엇보다 작품 전체가 망상이라면 당위성 없는 공허한 영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현실이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조커>의 결말이 아서의 망상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관객은 캐릭터와 몇 가지 장면을 근거로 한다고 한다. 아서 플렉이라는 인물이 극중 언급되듯이 뇌를 다친 정신질환자이며, 그렇다면 자신이 조커라는 우상으로 거듭나는 내용도 그의 망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담사는 상담원이 정신병원에 수용돼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과거는 아서가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행위를 함으로써 시각화되는, <조커>에서는 드문 과거의 형상화에 해당한다고 여겨진다. 특히 이 회상 속의 공간이 결말의 그것과 같기 때문에 사실 아서가 계속 정신병원에 있어 전개의 대부분이 허위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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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장면은영화에전혀없는건아니라고합니다. 페니 플렉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과거를 현재의 아서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과거와 현재를 겹쳐 아서가 머레이에게 인정받는 망상도 구체적으로 그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 즉 갑작스런 플래시백을 엔딩과 연관지어 아서는 정신병원에서 망상한 것이라고 확정짓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상담에서 아서가 웃었을 때 브루스 웨인의 유명한 비극적인 장면을 굳이 삽입했다고 합니다. 웨인의 부모가 살해당하는 장면과는 별개로 둔 것도 아더가 계속 정신병원에 있었다는 주장보다 실제적인 일임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합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이런 망상론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이건 조커의 여러 가지 이야기 중 하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즉 조커는 아서 플렉이 악행자가 되어 정신병원에 갇힌 닫힌 결말 영화 같지만 처음부터 여러 각도로 해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열린 결말을 의도한 영화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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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가 기존 코믹스와 다르다고 분명히 선을 긋는 설정. 아서는 어머니 페니 플렉(프랜시스 콘로이)이 토머스 웨인(브랫 카렌)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자신이 토마스 웨인의 혼외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류층 행사에 숨어 있던 아서는 토머스 웨인을 만나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토머스 웨인은 페니 플렉이 망상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며 아서도 입양한 것이라고 재촉합니다. 이후 어머니의 정신과 치료 기록과 입양 기록을 확인한 아서는 토머스 웨인의 말을 믿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니의 사진 뒤에는 웃는 모습이 예뻐. T.W.라는 문자가 적혀 있습니다.
사실 이견이 있을 이유가 없다. <조커>는 아서가 스스로 진실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관객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서가 정신병원에서 유출한 페니 플렉의 진료기록과 입양기록은 관객들에게도 보이고 그 중 내용도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아서(와우리)가 그 자료를 본 이상 토머스 웨인의 설명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커>는 일부러 샛길을 만들어 놓습니다. 아서는 진실을 알고 화가 나서 페니를 죽였어요. 직후 말레이쇼 출연을 앞두고 개그맨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는 어머니의 과거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사진 뒤에는 웃는 모습이 예쁘다. T.W.라는 문장이 적혀있어요. 토머스 웨인의 약자임을 재빠르게 검증한 관객이라면 T.W.가 혹시나 하는 의문이 들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아서'는 이 문장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객의 마음에는 불신의 씨앗이 생기고, 아서가 이 상황에 완전히 심취해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제작진이 굳이 이 글을 집어넣은 것은 적어도 토마스 웨인을 의심할 여지를 일부러 의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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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문에 일말의 실마리를 준 것은 토머스 웨인을 연기한 브래트 캐런.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적어도 자신은 토머스 웨인이 페니 플렉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가정했음을 밝혔습니다. 아서가 친자식인지는 고려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럴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그는 "나 자신은 토머스 웨인이 페니 플렉을 정신병원에 넣었다고 생각했다"고 했으니, 아서를 만났을 때 필요 이상의 까칠한 반응을 보인 이유가 꽤 밝혀집니다. 물론 브랫카렌을 이렇게 설명했을 뿐 토드 필립스 감독이나 실버스코트 작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 함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캐스팅됐던 알렉 볼드윈이 도널프트 램프 같은 인물을 연기하라고 출연하지 않았다며 하차한 것을 보면 토머스 웨인이 자신의 혼외아이를 입양과 정신질환으로 감출 만큼 악독한 인물로 설정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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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외의 부분에서 가장 큰 논쟁은 '인셀'에 관한 것입니다. 인셀은 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로 비자발적 독신을 뜻하는 단어다. 어떤 이유로든 연애나 성관계가 전혀 안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북미사회에서 인셀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는 복합적인 이유. 첫째, 기본적으로 쉽게 총기를 취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인셀의 일탈행위자들이 스스로를 표준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점. 북미 사회의 인셀은 백인·20~30대 영어는 지극히 평범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배우자를 만나지 않고 그 분노를 이성에 대한 혐오와 분노로 전이할 경우 마을입니다. 이 때문에 인셀은 일탈 행위를 일으키지 않아도 유튜버에 의한 혐오 확산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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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접한 평론가들이 <조커>가 인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겁니다. 아서플렉은 백인 남성으로 극중 여성과의 교류가 없고 (있었던 일조차 망상이고) 결국 사회폭력을 이끄는 불법행위자로 거듭난다고 합니다. 물론 영화를 보면 아더가 조커로 변해가는 것은 정신질환과 과거사 등 복합적인 이유이지만 일부는 그를 둘러싼 사회의 홀대 때문이라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합니다. 조커를 본 관객들이 사회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아서가 바뀌었다고 읽는다면 인셀이 아서에게 자신을 이입할 수 있다는 논지라고 합니다.
다만 개봉 후 영화를 본 관객들은 조커는 인셀을 자극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조커>는 아서 플렉이 원래 정신질환자임을 명백히 보여주면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또한 전체적인 전개에 있어서 자신의 생성과 정신질환에 많은 영향을 받고 이성문제에 집착하고 고민하는 묘사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소피(저지 비츠) 역시 아서의 망상증을 보여주는 기능적 역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성적인 분위기가 거의 없었던 것과 같은 <조커>가 이성문제에 시달리는 인셀들에게 발단이 된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는 반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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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가장 억울한 사람은 토드 필립스 감독. 그는 그동안 코미디 영화를 해왔고, <조커> 역시 코미디와 처량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에 성공한 장면이 꽤 많아요. 그래도 내 영화가 폭력성을 자극한다는 말에 그는 "이 영화는 80년 대풍의 가상 도시에 가상 캐릭터를 다룬 "며 현실 나쁜 행위와 연관시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반응했어요. 그는 '백인'이 300여명을 '죽이 '는<존 위 구 3:파라벨룸>를 보며 즐거워하면서 왜<조커>에만 다른 잣대를 대고 있는지 반문했습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 시대에 오로라 총기 난사 사건을 놓쳤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조커>가 <인셀>에 자극을 준다는 평가는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씨네플레이 송찬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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